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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는 이름의 도피 혹은 마약

[ H ] 2018. 7. 29.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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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는 이름의 도피 혹은 마약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견문을 넓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경험이자 설레임을 주는 여행을 누가 싫어할까. 


나도 여행의 즐거움에 빠져서 꽤 많은 나라를 다녀왔고 이것을 자랑거리로 생각해왔다. 

그런데 여행이 도피가 되는 순간들도 많았다. 내가 직면하기 싫은 스트레스가 있을 때 떠나는 여행이다. 그 부정적인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 보는 것이 고통스러워서 일단 즐거운 경험에 시간과 돈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여행을 다녀와도 내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결코. 스트레스받을 때 물건을 지르는 충동구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물건을 사는 건 낭비라는 느낌이 있지만 여행은 두고두고 남는 경험을 했다는 생각에 낭비가 아니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자유로운 기분을 느끼고 싶은가


하.지.만

다시 그 꼴보기 싫은 상사를 봐야되고 

다시 그 하기 싫은 일을 해야 되고

다시 그 죽도록 가기 싫은 회사에 출근해야한다. 

여전히 징징대는 아이가 기다리고 있고

여전히 손발이 없는 남편은 밥달라고 한다. 


지나보니 알겠다. 

내 여행은 거의 다 어떤 것으로부터의 도피였다는 것을. 

난 계속 합리화를 했다. 나는 혼자 여러 나라를 여행한 자유로운 영혼이며 과감하고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그리고 여행이 내 정체성을 말해준다고 말이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과감하게 질러야하고 그것이 인생을 잘 사는 것이라고.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그 무엇을 깨달았다.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을 못 찾아서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기에 다른 의미를 만들어내려 했다는 것을. 난 좋아하는 것이 뭔지 모르겠고 정말 의미있는 일에 도전하는 것이 두려웠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단기적인 시야를 갖고 여행으로 에너지를 충전하면서 또 고갈되기를 반복했다. 





여행을 많이 다니는 것을 알면 사람들은 '멋지다'고 말한다. 난 그 느낌이 좋았나보다. 내가 정말 내 인생을 멋지게 살 생각을 하기 보다 당장 쉽게 멋지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현실도피이자 회피였다. 더이상 여행을 가지않고 무료하게 있으면 마치 내가 의미가 없어진듯한 느낌이 드는데 그건 내 일상을 채우는 일들이 나에게 의미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두려움이 많아서 많은 것을 외면하고 회피하고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기 자신을 속이는 그 느낌은 정말로 공허하다. 인생 자체가 공허하게 느껴진다. 내가 의미를 품고 내 마음을 쏟을 그 무언가의 부재를 여행으로 채워왔지만 단기적인 채움이라 또다시 공허해졌다. 나는 이때문에 깊은 우울감을 오랫동안 느껴왔는데 그것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다. 그리고 여행을 갈 때만 느꼈던 그 설레임, 기쁨, 희열을 현실에서 느끼지 못했기에 여행에 중독된 것이다. 이런 경우 여행은 마약으로 작용한다.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이 심하게 들때 생각해 봐야 한다. 

혹시 지금 하고있는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지.

부정적인 감정을 당장 없애기 위해서인지.

어려운 도전 대신 쉬운 도전을 찾고 있는 것인지.

내가 나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울하고 스트레스받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건지.


만약 그렇다면 이 문제들이 해결되기 전까지 괴로움은 사라지지않는다. 

여행? 임시적인 마약같은 것이라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 

환상을 부추기는 수 많은 광고들, 여행이 주는 이미지에 현혹되면 안된다. 

이것들이 내 내면을 채워주지 않고 문제의 핵심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여행은 내 삶의 중심을 잡은 상태에서 부수적인 즐거움 정도로 여겨야 한다. 


모두가 원하는 여행의 민낯이 보인다.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는 것.

정말 많은 한국인들이 여행을 떠나고 여행을 꿈꾸고 세계일주를 꿈꾸고..

그만큼 현실이 마음에 안드는거다. 

다른 사람이 옳다고 말하는 가치를 좇아 살아가는 한국인들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살기 쉽다. 그래서 겉으로 보여지는 것에 돈을 쓰면서 가짜 정체성을 만들지만 이는 공허한 것이다. 진짜 자기 삻에서 추구하는 것을 발견하고 두려움때문에 외면하고 있는 그것을 돌파해야지만 진짜 삶을 살 수 있다. 여행으로 얻는 잠깐의 환상이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외면하고 부정하고 싶은 것일수록 진실일 확률이 높다.

그것에 직면할 때 비로소 환상이 아닌 진짜 모습을 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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