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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 H ] 2018. 3. 10.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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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쯤이었다. 

멋부리고 꾸미는 것을 좋아했던 대학교 시절. 

계기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문득 내가 화장을 하고 꾸미는 데 드는 시간이 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저녁으로 화장을 하고 지우느라 들어가는 시간, 틈틈히 쇼핑을 하느라 드는 시간과 돈,

귀걸이나 액세서리를 사느라 드는 시간과 돈, 성형이나 화장품을 위해 쓰는 시간과 돈.

다이어트를 하려고 식사를 조절하고 운동에 쓰는 시간과 에너지.

뿐만 아니라 어떤 스타일이 예쁜지 연구하기 위해 검색도 하고 감을 익히는 시간 등.

많은 에너지와 시간과 돈을 '꾸밈'에 쓰고 있었다. 


그리고 유럽 여행을 다녀왔고 한국에 비해 자유로워 보이는 유럽 사람들을 보며

기이할 정도로 마름에 집착하고 완벽하게 셋팅된 모습으로만 밖에 나가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접한 책이 '화장품 얼굴에 독을 바르다'였다. 

거대 화장품 회사를 다니던 작가가 내부 고발처럼 쓴 책이었고 우리가 피부에 좋다고 바르는

화장품의 비밀에 대해 까발리는 내용이었다. 실제 성분이 무엇이고 오히려 피부를 상하게 하는 원리에 

대한 설명들,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으로 부풀려진 화장품의 실체를 낱낱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스킨, 로션, 크림 등 여러가지로 분리된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을 멈추게 되었다. 


하지만 관성때문인지 과도기인지, 회사를 다니면서 다시 예쁨에 집착하던 나로 일부 돌아가기도 하였다.

예쁘다는 말을 듣는 것이 마치 권력인 것 처럼 느끼고 우쭐한 기분을 느끼며 다시 화장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작년부터 대부분의 화장품을 버렸고 벌써 2년 정도 화장을 안하고 살고 있다. 

기초 화장품은 종류에 상관없이 한 가지만 아주 건조할 때 바르고 그 외에는 바르지 않는다.

이제는 얼굴에 무엇을 바른다는 사실이 낯설고 이상하게 느껴진다. 


화장품은 여성에게만 부여된 코르셋이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화장을 하지 않고 회사에 갔을 때

'왜 화장을 하지 않느냐'는 지적을 회사 이사에게서 들었다. '디자이너는 외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늬앙스로 말을 했지만 명백한 성차별 발언이었다. 누구 보기 좋으라고 회사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남자들은 하지 않는 화장을 여자한테 요구하는 것은 사라져야 할 악습이다.

이 외에도 많은 성희롱 발언을 했던 그 이사님은 잘 살고 있으려나. 

대놓고 지적을 하지 않아도 '여자는 예뻐야된다'라는 식의 말들도 자연스럽게 화장과 꾸밈노동을 부추기게 된다. 


하루 24시간이 여자와 남자에게 동일하게 주어져 있는데 아침, 저녁으로 화장을 위해 사용하는 시간때문에 

잠을 덜 자야하는 노동에 응할 필요는 없다. 화장을 하지 않고 머리를 짧게 하는 것 만으로 많은 시간이 절약된다. 

꾸미는 것은 자기만족이라는 말을 할 수도 있다. 누가 대놓고 시키는 것이 아닌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자발적이라고 생각한 그 뒤에 예쁘지 않으면 무시를 당할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지도 모른다. 

요즘 탈코르셋이라는 말이 나오며 화장과 치렁치렁한 긴머리를 하지 않겠다는 움직임도 조금씩 보인다. 

미투 운동과 더불어 당연시되어왔던 악습들이 점점 사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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