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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저렴한 나라가 좋다

[ H ] 2017. 10. 14.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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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꽤 많은 나라를 여행했다. 
처음으로 가본 곳은 딱 12년 전, 캐나다의 빅토리아. University of Victoria에서 기숙사에 묵으며 단기 영어 연수를 했다. 처음 가본 외국이 캐나다, 그것도 너무나 예쁜 빅토리아에서 지내는 시간은 늘 천국같은 느낌으로 남았다. 물론 거기서 보내는 하루 하루가 늘 즐겁고 행복한 건 아니었다. 먼 곳에서 잠깐 지내다 오는 것 이었기에 그 곳이 더 아름답게 기억에 남은 것 같다.  


그리고 9년 전 여름 처음으로 유럽 여행을 했고 너무 좋아서 겨울에 또 1달 반이나 유럽 여행을 했다. 처음 와본 유럽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늘 머릿속에 그려온 낭만적인 분위기에 취해 모든 것이 좋게만 보였다. 3주의 여행을 마치고 상사병처럼 그리워하다가 몇 달 알바를 해서 겨울에 1달 반을 여행했다. 그 때 부터 나는 여행병에 걸렸었다. 처음에는 뭐가 인종 차별인지도 모르고 겪어도 그저 유럽에 있다는 것으로도 좋았고 20인실 호스텔에 묵고 아끼면서 다녀도 좋았다.  


그 후에 회사 생활을 하다가 힘들면 그만두고 여행을 떠났고 미국도 장기로 2번, 홍콩과 마카오, 괌을 여행하고 작년에는 태국 방콕에서 한 달 지내기를 했었다. 방콕은 29살 때 처음 가보고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가 작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가서 한 달을 지내고 왔다. 그렇게 좋은 나라들을 많이 가보았지만 나는 방콕이 제일 정이 갔다. 물론 방콕을 좋아하는 사람은 워낙 많겠지. 음식도 맛있고 물가도 저렴하고 배낭 여행자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곳이니까.


지금 부다페스트에서도 느끼지만 물가가 저렴하다는 것은 참 매력적이다.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갈 때마다 메뉴가 익숙하지도 않은데 가격까지 신경쓰는 일도 피곤한데 물가가 저렴한 곳에서는 그런 부담감이 덜하게 된다. 서울보다 물가가 저렴한 곳에 가면 더 적은 돈으로도 풍족하게 지낼 수 있는 것도 상당한 메리트가 되고 마음까지 풍요로운 느낌이 들었다.


어릴 때에는 무조건 선진국에 가보고 싶었다. 그런 곳들이 어떤지 궁금했고 늘 더 멋지고 더 좋은 것을 추구하던 가치관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늘 부족감을 느끼고 더 발전해야한다고 생각했고 높은 곳만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유럽, 미국, 캐나다만 가본 상태에서 접한 태국은 너무나 마음이 편했고 그 느낌이 참 묘했다.


나이가 더 들수록 마음이 편한 곳이 좋다. 부다페스트에 왔을 때 의외로 정감있는 분위기를 느꼈다. 에어비앤비 호스트도 너무 친절했고 서울에 비해 사람들이 팍팍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헝가리의 평균 월급이 한국보다 훨씬 적다는데.. 더 좋은 곳에 가고 더 비싼 것을 가졌을 때의 기쁨보다 적은 돈으로 누리는 풍요로움이 훨씬 만족감이 오래간다는 생각이 드는 요즈음이다. 


동시에 선진국은 무조건 좋은 줄 알았던 예전과 달리 행복이 꼭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 가고 있다. 얼마전 안타까운 라스베가스 총기사건을 보면서 불과 몇 년 전 그곳에서 즐거웠던 기억과 함께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단면만을 보고 좋아보인다고 생각한 곳도 이면이 존재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여러 경험을 통해 알게 되면서 환상을 가졌던 것들을 조금씩 내려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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