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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게임(후시기유우기)를 다시 봤다 ㅠㅠ

[ H ] 2018. 8. 22.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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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게임(후시기유우기)를 다시 봤다 ㅠㅠ

진짜 오랜만에 환상게임이 갑자기 생각나서 이틀 밤을 세워 다시 봤다. 
하..진짜 이래서 이건 다시 보고 싶지 않았어. 
20년 만에 보는데 어쩜 예전 감정 그대로 떠오르는데다 나이 들어서 보니 또 다르게 와닿는 대사들, 여전히 멋있는 유익! 그리고 칠전사들.. 어떻게 작가는 이런 명작을 썼을까. 

20년이라니. 20년 전 만화라 그런가 지금 보면 좀 촌스런 대사도 있지만(처녀에 집착 등) 다시 봐도 잘 만든 수작이다. 와타세 유우의 모든 작품, 환상게임 2부나 현무개전보다도 이 첫 환상게임이 진짜 짜임새있고 잘 만들었다. 책속에 들어간다는 컨셉부터 주작, 청룡 등 사신과 무녀, 그를 지키는 칠전사 라는 설정자체도 너무 흥미롭다. 좀 자극적이기도 하고 다이나믹하고 캐릭터들도 개성이 뚜렷하면서 매력있고 뭔가 담백해진 현무개전보다 오리지날의 그 강렬함이 느껴진다. 

거의 첫사랑같은 만화.. 이 외에도 많지만ㅋㅋ



와타세 유우 작가가 환상게임을 연재하기 시작한게 1992년, 고작 22살의 나이라는 것이 놀랍다. 중학교때 만화가를 꿈꿨던 나는 상상력 고자라서 도저히 스토리가 생각이 나지 않아 '이게 쉬운게 아니구나'를 느꼈는데 어린 나이에 이런 대작을 그리는 사람들은 머릿속이 어떻게 된거지? 싶다. 게다가 지금봐도 철학적인 대사들이 종종 있고 사람 내면의 어두운 심리가 악당이 되게 만든다는 스토리, 결국 감동과 희망을 주는 전개들이 20대 초반의 머리에서 나온다는 게.. 그저 신기할 뿐이다.

달리 천재가 아니라 이런 대작 만화를 그리는 만화가들이 천재라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는데 왜 만화는 그 가치를 무시당하는건지?! 그림까지 잘 그려야되잖아.. 하나만 잘 하기도 힘든데 이건 정말 극한의 직업인 것 같다. 




절친이였던 두 여주인공 미주와 진아를 갈라놓은 건 진아 마음속에 있던 질투와 열등감.
진아는 유귀를 좋아하는 듯 했지만 진짜 원한 건 지아라는 것도 묘한 포인트였다. 처음 책속의 세계에 들어와 강간당했다는 충격과 그때 미주가 자신을 외면했다는 오해, 그러면서 유귀와 사랑에 빠진 미주를 보며 느끼는 배신감 등 복잡한 심경을 겪으며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 내용이다. 

유심이 중간에서 이간질을 하며 오해를 부추겼지만 본인 마음속에 있는 씨앗으로 인해 계략에 걸려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주제가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결국은 자기 내면의 약한 마음을 극복해내는 패턴이다. 나이가 들어서 보니까 이런 부분이 남일같지 않게 다가온다. 지옥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닌 내가 만들어내는 것임을 깨닫는 중이라.. 중학교때 보던 환상게임을 보면서 그걸 다시 확인하다니 묘한 기분.




백호의 무녀 이야기 '백호선기'


그리고 몰랐는데 현무개전도 그새 완결이 난데다 백호선기까지 새로 나왔다는 것이다. 드디어 백호의 이야기까지 나와서 환상게임 전체 세계관이 완성되는구나.. 기분이 진짜 이상하다. 

작가의 젊음이 느껴지는 주작청룡전의 생기발랄함, 진지하고 슬픈 현무개전에 이어 백호는 어떤 느낌일까나. 이미 환상게임 1부에서 잠깐 등장한 적이 있어 결말은 알고 있지만,, 헤어짐을 미리 알고 보는 이야기도 참 슬프고 안타깝다. 현무개전도 그랬는데 아 진짜 ㅠㅠㅠㅠ 



주작 청룡전에 잠깐 나왔던 백호 칠전사 유규!

뭔가 유익이랑 비슷한 느낌에 딱 내 스타일이어서 기억한다 ㅋㅋ



유규의 부인이자 백호 칠성 유앙. 

둘의 러브스토리도 볼 수 있는건가? 재밌겠다~

작화 분위기가 이때와 달리 진지해져서 어떨런지.





바람둥이 유규 ㅋㅋ 짧은 출연이지만 매력있음



다시 환상게임으로 돌아와서 그때는 이야기 나눌사람이 없어서 몰랐는데 ㅠ(인터넷이 없었으니) 지금 찾아보니 주인공 커플이 민폐로 욕을 많이 먹었더군..... ㅋㅋㅋㅋㅋㅋ
그럴만하다. 
여주인공이 특히 전형적인 밝고 적극적이지만 덜렁대고 오지랖넓어서 주변 사람들 더 위험에 빠트리고 자기 감정에 충실해서 주변사람 또 위험에 빠지고 뭐 그런 발암캐릭이라ㅋㅋ  

보면서 든 생각이. 왜 신좌옥을 먼저 찾고서도 두번이나 뺏기냐는???? ㅋㅋㅋ


1차 뺏김


아… 왜 손에 그렇게 달랑달랑 들고다니지. 그 중한 걸. 
특히 유유(ㅠㅠㅠ)가 목숨까지 걸고 문을 열어준 현무의 무덤에서 찾은 신좌옥을... 나오는 길에 늑대(유괴)한테 바로 뺏겨버리는 건 진짜 얘 생각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ㅋㅋㅋ 왕답답했다.

2차 뺏김.


이때도 백호칠성 유루가 간직해온 소중한 신좌보(거울)을 그냥 들고다니다가 진아에게 속아서 뺏기고. 진짜 잘속고 허술하기로 1등 ㅋㅋ 좀 옷 안쪽에라도 넣어서 안고 있던지..참 



현실에서 딱 저런 사람있다. 항상 뭐 빠트리고 덤벙대다가 다 잃어버리고 그것때문에 또 주변사람 고생하고 그런데도 자기는 또 여기저기 참견하고 그래서 또 주변사람이 뒤치닥거리하고.. 이런 사람 ㅋㅋ 그래도 끝까지 밝고 긍정적! 그래서 주변사람들이 또 좋아라하고 챙겨주는..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냥 욕나오는 캐릭 ㅋㅋ



  

그리고 진짜 내가 유익을 참 좋아했는데! 

단순하고 유쾌한 호남으로 남자다운 척 하지만 눈물도 많고 가슴따뜻한 남자~ 아 매력쩐다. 
10대 시절 내 상상남친. 이제는 나보다 20살은 어리게 됐지만 ㅋㅋ




2부에서 여주인공을 잠깐 좋아하게 되기도 하는데 ㅠㅠ 
사랑따위 관심없는 의리뿜뿜 열혈남아인 줄 알았던 유익이 여자를 좋아하게 됐다는 것이 씁쓸하기도 하고 참.. 1부에서보다 부쩍 남자스러워진 모습을 보는 건 좋았다. 



그리고 유유!!! 
죽을 때 진짜 펑펑 울어서 만화책이 눈물에 젖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만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울었던 순간이 아닐까 싶다. 




사연이 있어서 여장을 하고 다른 칠성사이자 왕인 유성을 쫒아다니지만 여주인공을 좋아하게 되면서 여장을 관두고 남자로 살아가기로 한다. 그러자마자 ㅠㅠ 청룡칠성 유괴랑 싸우다가 전사하고 마는 유유.

설마 죽을줄이야. 이 만화는 밝은 분위기와 달리 주요 등장인물이 대부분 죽는다. 주인공 커플은 해피엔딩이지만 어째 해피같지 않은 해피엔딩, 그리고 나머지 무녀들은 전부 이뤄지지 못하는 비극적인 결말 등 사실 가슴아린 만화였다.




암튼 주인공보다 서브남캐들이 더 좋았던 만화이기도 했고. 
이런 판타지 만화에 눈을 뜨게 해준 만화였지.
투니버스에서 해준 애니메이션도 녹화해가면서 봤다.
이후에 바사라, 하늘은 붉은 강가도 비슷한 느낌으로 푹 빠졌던 만화들. 바사라는 차마 다시 볼 엄두가 안난다. 몰려올 감정의 쓰나미가 두려워서..

그리고 이 만화는 악역도 다 슬프고 안타깝다.
미운 캐릭터가 없어.. (악역보다 주인공 커플이 더 욕먹는 만화ㅋㅋ)



하나같이 안타까운 청룡칠전사. 
진심 불쌍한 건 얘네들.. 다음생에는 행복하게 태어나길 바라게 된다. 
유심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여캐릭터 유방의 순애보 사랑도, 쌍둥이 형제 유각, 유항,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유괴도 다들 짠내나서 너무 안타까웠다. 주작의 입장에서 그려졌기에 악역이지 이들이 주인공이 되면 또 이렇게 슬픈 드라마가 없을 듯 하다. 나이가 드니 악역들의 상처와 분노에 더욱 공감되서 마음이 아프다.


근데 살짝 드는 의문이 이 작가님 만화에는 왜 이리 강간소재가 많이 나오는거?
워낙 일본 만화가 자극적이기는 하다만 도대체 주인공을 비롯해서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강간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이 계속 나오는 것도 좀 그렇고 이후 출간한 BL만화도 굉장히 어두운 분위기에 강간소재들이 또 나오나본데.. 

현무개전 연재중 우울증을 앓았다는데, 작가가 감성이 원래 풍부한 스타일일것 같긴하다만 내면의 어두움과 밝음 사이의 고뇌가 작품에 반영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환상게임을 보면서도 들었다. 그래도 환상게임 분위기는 기본적으로 밝고 희망찼는데 뒤로 갈수록 더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가 되는 것이 조금 슬프기도 하다. 

우울증과 건강문제, 그리고 편집부의 갑질 문제를 토로한 것을 봤는데 이렇게 유명한 작가도 갑질 문제를 겪는구나 싶었다. 어릴때는 연재/휴재를 반복하는 작가들을 보면서 불성실해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최근 출판사와 계약하고 작업하는 과정을 잠깐 겪고 나니 작가들의 고충이 이해가 되었다. 연재를 하기 위해서는 출판사를 통해야만 하는데 작가들이 내용 전개를 원하는대로만 할 수 없겠구나 싶었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 같았다. 특히 만화가면 감성적인 사람들도 많을텐데 편집자와 맞지 않거나 트러블이 있어서 연재 중단이라는 강수를 둘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세상은 넓고 모든 일에는 힘든 점이 따른다는 것을 느끼는 중.



아무튼 함부로 봐서는 안될 마약같은 만화다.
작중에 나오는 사신천지서처럼 열어서는 안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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