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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내 얘기같아! 사주와 바넘 효과

[ H ] 2019. 12. 6.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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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내 얘기같아! 사주와 바넘 효과

호기심이 많은 탓에 한창 사주에도 관심이 생겨 책을 뒤져보고 서칭을 하면서 공부를 했었다. 그러면서 주변인들의 사주를 돌려서 맞나 안맞나 확인해보는데 볼수록 다 맞는 것 처럼 느껴져서 혼자 소름이 돋았었다. 진짜 사주라는 게 존재하나? 그럼 내 삶도 결국 그 사주대로, 정해진대로 펼쳐졌을 뿐이라는 건가? 라는 의문과 함께 허무함도 느껴졌다. 그게 맞다면 정말 인생무상, 나는 결국 이 틀안에서 살아야하나 라는 무기력감. 

하지만! 다시 이성을 찾고 생각해보니 예전 사주카페에서 느꼈던 것처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표현들이 명확하기보다는 모호한 경우가 많은데 '고집이 있다, 책임감이 강하다, 정직하다, 말 조심을 해야 한다, 소심하다' 등 누구나 가끔이라도 가질 수 있는 특성들의 나열이다. 미래에 대해서도 정확히 언제 무슨 일이 생긴다라기 보다는 그쯤~ 이럴 가능성이 있다류의 해석이 대부분이다. 다 확실하지 않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라 그 일이 안일어나도 틀린 것도 아니고 맞는 것도 아니게 된다.

 

"당신은 두 발로 걷고 매일 밥을 먹어야 하며 늘 미래를 걱정하는군요."

"어머, 맞아요!"

 

사주에서 말하는 내용들이 전부 내 얘기같고 맞아서 소름돋는 것도 일종의 바넘효과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특성은 대동소이하고 평생 하는 고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관계, 진로, 연애, 돈문제 이 정도 범주에서 하는 고민의 내용도 거기서 거기다. 나만 특별한 것 같고 나만 힘든 것 같지만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너무 비슷한 생각을 해서 놀랄 때도 많다. 너도 그랬니, 나도 그랬어로 이어지며 토로하고 공감하는 내용들을 생각해 보면 나도 보통의 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Barnum effect

바넘은 미국의 엔터테인머트 사업가로 대중이라는 집단의 특성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당시 마케팅의 기술을 능수능한하게 사용했다고 한다. 쇼비즈니스에 획을 그은 이 바넘은 사기와 거짓말을 밥먹듯하며 대중을 속여 돈벌이를 하는 사람이었다.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을 보여주고 믿고 싶은 것을 들려주는 그런 수법이 대중의 관심을 사고 그들을 기쁘게 했던 것이다. 어쩌면 현대의 모든 엔터테인먼트, 여타 산업들이 다 이런 측면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보고 싶은 환상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 바넘에서 유래한 바넘효과는 듣고 싶은대로 듣고 잘 속는 현상을 의미한다. 거의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특성을 누구나 자신만의 것이라고 여기는 경향으로 혈액형, 별자리, 사주 등이 대표적이다. 개인적으로 MBTI, 에니어그램도 어느 정도 이런 측면이 있다고 본다. 어떤 언어를 입히는가에 따라 그 대상의 이미지가 결정되고 그렇게 보이기 시작한다. 사실 본질은 어떤 언어로도 정의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저 지금의 내 상태가 어떤지 가볍게 체크하는 정도로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신을 특별하게 정의하고 싶어한다. 이 때문에 이런 각종 심리 컨텐츠가 인기를 끄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에 심취했던 사람이고 나에 대해 알고 싶어서 많은 생각을 하면서 보냈다.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만이 진리이며 언어로 묶어둘 수 있는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사주라는 것도 파면 팔수록 모호하기 그지없었다. 사주 풀이에 나오는 내용대로 지나간 모든 일이 다 끼워맞춰지는 착각이 일어나는데, 그 말에 해당하는 사건들만 모아서 떠오르기 때문이다.

사주가 신경쓰인다면 팁

인터넷 만세력이나 사주어플에서 전혀 쌩뚱맞은 생일을 입력한 다음에 그게 내 생일이라고 믿고 그 설명을 읽어보라. 그럼 은근히 나에게 해당하는 말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생일을 넣고 그게 내 생일이라고 가정하고 설명을 본다. 역시나 나에게 해당하는 말들을 찾을 수 있다. 또 다른 생일, 이렇게 몇 번 반복하면 어떤 풀이를 봐도 그럴 듯 하게 끼워맞춰짐을 알 수 있다. 사주를 신봉하게 되면 스스로 틀을 만들어서 그 속에서 살아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으니 그냥 재미로만 보는 정도로 하는 게 좋다.

때로는 이 세상 모든 것이 가짜고 사기라는 생각도 든다. 어쩌겠나 이미 세상속에서 살아가야하는데 적당히 속고 속이면서 즐거울 수 있으면 그것도 가치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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