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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라는 환상 - 셀프혁명 중 -

[ H ] 2017. 7. 6.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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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인 내 친구 티나는 나에게 기적이 무엇인가를 보여준 사람이다.
그녀는 여성들 속에 교묘하게 심어져 있는 '반쪽짜리 인간이라는 느낌' '남자 없이는 우리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느낌'에서 탈출했다. 

티나는 자작곡을 쓰고 부르는 자신의 일을 사랑했으며 또 아주 훌륭하게 해냈다. 그럼에도 남자가 불러내면 즉시 달려갔다. 어떤 남자가 부르더라도 만사를 제치고 거기에 응했다. 영감을 얻어 작업 중일 때나 마감 시간을 맞추려고 힘들게 일하고 있을 때도 그랬다.

그녀를 옭아맨 건 섹스가 아니었다. 남자와 동침을 하기도 했지만 그건 대부분 남자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바라는 건 단순 교제도 아니었다. 그녀는 여자 친구도 많았으며, 그녀와 어울리는 남성들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다. 결혼이나 안정을 위해서는 더더욱 아니었다. 때로는 도저히 결혼할 수 없는 남자를 선택하여 남성들이 그녀에게 해주는 이상으로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쓰기도 했다.

그녀가 원했던 건 기뻐서 자지러질 것 같은 로맨스였다. 이 남자는 다를 거야, 이 남자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수 있을거야 라는 식의 환상이 수많은 남성들과의 만남으로 점철되었다. 그녀는 남성 중독으로 직장을 잃었고 전혀 알지 못하는 남자때문에 육체적인 위협에 빠진 적도 있었다. 오랫동안 남자에 중독된 것처럼 살아온 그녀는 어느 한순간 그런 생활의 반복을 참을 수 없었다. 

마약중독자와 자신이 지나치게 비슷했기 때문에 그녀는 가장 극단적인 치료법을 선택했다. 남자를 완전히 끊은 것이다. 완전한 자신으로 돌아올 때까지 연애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어떤 남자도 만나지 않기로 했다.

5년 동안 그녀는 작곡하고 여행하고 혼자 살고 친구들을 만났지만 남자로부터 오는 초대는 모두 거절했다. 자기 손으로 집을 수리하기도 했고 새로운 곳으로 휴가도 갔다. 작곡도 가르치면서 풍성한 삶을 살았다. 섹스와 로맨스를 빼고서. 처음 두 해 동안은 정말 힘들었고 무서웠다고 말했다. 자신을 남성의 눈으로 볼 수 없을 때, 그녀는 자신이 존재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그러나 점차 그녀는 아침에 혼자 일어났고, 고양이에게 말을 걸어보기도 했으며, 자신이 원할 때 파티장을 떠났다. 그런 모든 일에서 기쁨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자신의 '중심'이 남성으로부터 떨어져나와 그녀 내부의 새로운 장소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가졌다. 그녀는 남자에게 그거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어왔던 데서 벗어나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라고 묻기 시작했다. 새롭고도 혁명적인 질문이었다. 

과거에 그녀는 에고가 강한 남자에게 사로잡히곤 했다. 자신의 에고가 너무 부족했던 탓이었다. 자신감이 부족했기 때문에 자신감이 넘치는 남자들을 찾아다녔다. 자신에게 부족하다고 느꼈던 강인함과 정체성을 찾아다녔던 것이다. 그녀는 그녀가 가지고 있지 않은 자신의 어떤 부분, 즉 '반쪽'을 찾아다녔다. 그건 남에게서 찾아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가끔 티나는 이런 생각도 한다. 남자로부터 사랑받고 보호받기 위하여 그들을 돌보는 대신에 그 똑같은 양의 시간을 우리 자신에게 쏟아부었다면 여성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하고.

- 셀프혁명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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