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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여행/부다페스트 한달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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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막바지에 느끼는 것들, 그리고 오늘 본 인종 차별 기사.

[ H ] 2017. 10. 20.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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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이 지나가면서 이제 왠만한 풍경은 눈에 익었고 멋진 건물들도 다 봤고카페는 서울에도 예쁜 카페가 많기에 감흥은 크지 않다. 심지어 서울에 더 좋은 카페가 많다는 생각도 든다.그저 같은 커피를 서울보다 저렴한 가격에 조금 다른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이다. 



이렇게 장기로 밖에 나와있다보면 내 집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이치인건지 다시 서울에 가면 한동안 외국에는 나오지 않을 생각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국이지만 새건물이 많고 깨끗한 편이고 교통도 편리하고 인프라는 유럽보다 좋은지도 모른다. 늘 옆에 있기에 가치를 못 느끼지만. 


언제부턴가 여행을 가도 마뜩지 않고 어릴 때 처럼 충전이 안되는 느낌이었다. 여행을 많이 다니다보니 감흥이 덜해졌거나 혹은 최근에 동남아시아쪽만 가서 그런가 하고 다시 유럽에 가보고 싶어졌다. 

약간은 충동적으로 어떤 활력이 필요해서 한달살기를 결정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출발 직전 갑자기 '꼭 가야되나?' 라는 망설임과 '가서 뭘 어쩌겠다고' 하는 생각으로 취소를 할까 고민도 했다. 그러나 한 달치를 예약해버린 에어비앤비는 환불이 어려울거고 이래저래 가서 작업도 하고 기분 전환을 하고 오자고 생각하고 떠나왔다. 



그리고 여행의 감흥이 시들해진 것이 아시아쪽만 가서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9년만에 다시 온 유럽은 건물도 예쁘고 좋았지만 예쁜 건물과 관광지는 일주일이면 다 볼 수 있고 눈이 적응되니 역시나 감흥이 줄어들었다. 

문제는 행복을 밖에서만 찾으려고 했던 것임을 깨달았다.  처음 한 두번 캐나다와 유럽에 갔을때의 설레임과 신기함, 흥분은 그 동안 느껴본 적 없던 감정이었기에 '이것이 내가 진짜 좋아하는거구나!' 라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여행, 혹은 유럽이라고 유럽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오늘 영국에서 인종차별로 폭행당한 기사를 봤다. (기사보기) 그리고 공교롭게도 오늘 길에서 불쾌한 일을 겪었던지라 이런 저런 생각을 더 하게 된다. El mondo 카페앞에 서있는데 어떤 남자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뭐라뭐라 하고 지나갔고 옆에 있던 여자는 깔깔대며 웃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벙찌는 한 편으로 황당하고 불쾌했다. 생각해보면 이런 일이 두 세번은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기분이 좋은 상태라 예민하게 느끼지 않았었고, 오늘은 여행 막바지의 피곤과 함께 더 불쾌하게 느껴졌다. 

부다페스트도 좋고 사람들도 대체로 친절하지만 내가 왜 좋은 우리나라를 두고 나와서 이런 일을 겪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9년 전 유럽여행을 다닐때에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하지만 환상에 빠져있던 상태라 그냥 무조건 좋게 생각했었다. 



외국에 가면 내가 찾던 행복이 있을 거라고 그곳에 가면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우리는 해외여행을 택하고 유학을 떠난다. 물론 우리나라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고 그로 인해 배우는 것도 있으며 견문도 넓어진다. 하지만 이제 외국에 대한 환상은 거의 내려놓게 되었다. 

처음에는 대체로 우리보다 매너가 있게 느껴져서 모든 면이 더 좋아보였지만 장기여행으로 몇 번을 오가다 보니 그들도 사람이고 여기도 사람사는 곳이라는 생각이다. 또 유럽도 예전의 유럽이 아닌데, 가끔은 서울이 더 좋다는 생각마저 드는데 여전히 거만함을 버리지 못하는 유럽에 대해 환상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이제 인종차별하는 유럽 혹은 서양인들을 보면 그들이 미개하게 보인다. 우물안 개구리처럼 자신들이 최고인 줄 알고 세상이 변화하고 있는 것도 모른채 그렇게 우월감을 갖고 사는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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