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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여행/부다페스트 한달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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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를 떠나며 드는 생각

[ H ] 2017. 10. 28.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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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를 떠나며 
40일 동안 한 도시에 머물렀는데 시간이 금방 갔다. 역시 놀면 흥청망청 사라지는 것이 시간과 돈인 듯하다. 빨리 집에 가서 라면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 무언가 행복감과 충만함이 채워지는 기분이 들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단순히 부다페스트가 너무 좋아서만은 아니다.

결국 부다페스트도 별 것이 없다는, 사람사는 곳이고 많은 도시 중에 하나라는 생각과 함께 나고 자란 곳에 대한 애정이 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늘 한국에 대한 불만만 많고 복잡한 서울, 살기 팍팍한 서울 이런식의 이미지에 늘 외국을 동경해왔고 조금 심란하고 답답하면 훌쩍 여행을 떠났다. 확실히 공기는 서울보다 맑고 인구밀도가 적당하지만 충분히 좋은 집을 두고 계속 밖으로만 돌던 방황을 이제 마칠 때가 된 것 같다. 더 이상 외국에 대한 맹목적인 환상은 없어졌다. 우리보다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사람사는 곳이고 각각 다른 장, 단점이 있을 뿐이었다. 인간의 본성은 특별할 것이 없다는 생각과 함께 이제 유럽인들도 서구인들도 달리 특별해보이지 않는다.


Eötvös Loránd University 앞 광장

나이가 들면서 여행지에서의 느낌이 다르다. 막연한 동경으로 가득했던 예전에는 그들의 모든 것이 좋아보였고 무조건 우리보다 매너가 좋다고 느꼈다. 가끔 불친절한 사람을 만나고 불쾌한 일을 겪어도 눈에 뭐가 씐 사람처럼 마냥 좋았다고 기억했다.

나와보니 내가 태어난 곳, 내 가족, 내 주변을 다시 생각해보고 그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고 간다. 그래서 예전과 달리 아쉬움이 남지 않고 한결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한국에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어디에도 유토피아는 없고 내가 이미 가진 것들이 바로 보물인 것을.

수 년 전에 읽었던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이제야 이해할 것 같다. 당시 여행에 빠져 있던 나는 그 책이 좋았지만 결말이 온전히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 알 것 같다. 내 집 앞마당에 보물이 묻혀있음을 알고 돌아가는 그 느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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