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유독 개인주의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이기주의와 혼동하는 경우도 많고 단체주의 성향이 강한 문화인 측면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어릴 때 한국은 서양과 달리 공동체를 중시하고 어쩌구 저쩌구.. 하는 교과서적인 이야기들을 보면서 공동체를 중시하는 게 좋은 것인 줄 알았다. 무조건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학교나 회사에서 개인의 주장을 말하는 것만으로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은 문제다.
개인주의라는 것은 사실 존중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개인을 중시하는 만큼 타인의 취향이나 의견, 가치관에 대해 터치하지 않는 것이고 개인의 자유를 인정하는 사회적 합의라고 볼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정과 끈끈함을 내세우는데 문제는 남의 사생활을 캐묻고 무례한 참견을 하면서도 정이 있는거라고 생각한다는 것. 한마디로 오지랖이라고 하는데 묻지도 않은 조언을 하면서 우월감을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언하는 위치, 더 잘 아는 위치, 가르치려는 위치를 점하려는 의도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묘한 불쾌감을 유발한다. 그들의 오지랖이 내포하고 있는 의도가 훤히 보이는데도 "걱정해서 하는 말이지" 라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이 안떨어질 수가 없다. 분명 진심이 담긴 충언과는 느낌이 다르다.
영어를 처음 배우던 무렵, "How old are you?"라는 나이 표현을 처음 만나는 사람한테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설명에 의하했던 기억이 난다. 첫 만남에 나이부터 물어보는 우리와 달리 존댓말 문화가 없으니 나이를 물어볼 필요가 없기도 하고 실례가 될까봐 그렇다는 것이다. 결혼 여부나 애인 유무 등 사생활에 대한 질문도 하지 않거나 해도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표현들을 보면서 낯설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우리는 나이, 결혼, 연애 여부를 통과의례처럼 확인하니까.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렇게 서로 사생활을 공유하는 것이 결국 잔소리나 간섭으로 돌아오는 것을 경험하고 점점 불편해졌다. 만나는 사람을 줄이고 내 생활에 집중하니 훨씬 삶이 단순 명료해지는 것을 느낀다. 잘되라고 하는 말이라는 잔소리나 간섭을 쉽게 하는 사람은 거리를 두는 게 좋은 것 같다. 더불어 나와 다른 삶을 사는 타인을 보고 간섭하고 싶은 충동을 넣어두고 각자 삶에 충실하는 건강한 개인주의가 더 퍼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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