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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한테 관심이 안간다 (생긴대로 살기)

[ H ] 2018. 7. 1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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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한테 관심이 안간다 (생긴대로 살기)

ISTP에 에니어그램 6w5인 나.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그랬던 듯. 친한 소수 외에는 닝겐한테 참 관심이 없고 내가 관심있는 주제 찾아서 책보고 공룡, 동물, 공상과학, 만화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는데 내 주변 사람들한텐 딱히 관심이 안갔어. 하지만 초딩때부터 이어진 단체생활속에서 생존 본능을 발휘해 학기초에 반짝 사교적인 척은 가능했다. 그렇게 같이 다닐 친구 몇 명 생기면 그 다음부터 더 이상 친해지려는 노력도 안함. 귀찮고 흥미도 잘 안생겼다. 다만 공부도 잘했고 그림도 잘그리고 대부분의 활동에서 남보다 잘하는 면이 많았다. 하지만 인맥, 사교성을 높게 치는 한국에서 늘 이런 성격은 일종의 컴플렉스로 자리 잡았었다. 


혼자있는 게 좋아


대학교에 합격한 뒤로 변신을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차분하고 비사교적으로 보이는 것에 대한 컴플렉스때문에 밝은 머리로 염색을 하고 밝고 세련된 이미지로 보이려고 노력하기 시작. 그렇게 연기 인생이 시작되었다. 웃는 게 예쁘다는 말을 어릴 때부터 들어서 웃긴 잘 웃었고 상냥하게 인사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고 '인상좋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너는 면접보면 무조건 합격일 것'이라는 말을 칭찬으로 알고 더욱 성격 좋아보이는 것에 집착했다. 내가 에니어그램 6번이라고 생각한 것이 이런 연유이다. 5번처럼 분석하고 시니컬한 면이 많은데 실생활에서는 사회생활 잘할 것 같은 이미지로 스스로를 만들어서 살았고 그걸 중시하기도 했으니까. 전체에서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그 원인이었을거다. 

내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면 나를 싫어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무의식에 깊게 박혀있었다. 이건 어릴 때부터 집안환경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있는 그대로 봐주고 인정해주는 부모가 아니었기에 그에 맞는 모습으로 나를 꾸미려는 것이 성격으로 굳어진 것이다. 그나마 위로라면 우리나라에서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봐주며 인간으로 존중하는 그런 부모는 매우 드물기에, 대부분의 사람이 어느 정도는 갖고 이는 심리문제일것이다. 위,아래가 뚜렷이 구분되는 서열문화에 유교사상으로 아랫사람은 윗사람한테 무조건 복종, 아랫사람은 내 화풀이 대상! 특히 여자면 더!가 되는 한국문화의 특성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었으니까. 


이거 우리 부모세대에는 더했으니 뭐.... 이쯤에서 부모의 그런 빡치는 행동들을 이해하고 분노를 좀 내려놓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이해는 하되 정 내키지 않으면 안보고 살아도 된다. 효도는 권장사항이지 의무는 아니니까. 






인간관계를 벗어나 혼자있는 시간

사회에서 주입된 인간관계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다. '친구가 많아야 되고 이타적이고 베푸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잘 웃고 상냥하고 정이 많고 사교적인성격이 좋은 성격' 이런 프레임들이 오랜 시간동안 각인되어 있어서 이 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혼자'라는 어감 자체가 유난히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혼자 있는 사람은 '성격에 하자가 있고 외롭고 쓸쓸해서 불쌍한 사람'이라는 프레임 또한 억지로 사람을 사귀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난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증명해야 될 것 같거든. 근데 실제로 그런 건 당연히 아니고 좋은 성격이라는 기준 자체가 사회가 만들어 놓은 것이다. 사회가 만든 기준들은 대부분 컨트롤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이고. 여전히 남아있는 유교사상은 무슨 고고한 사상이 아니고 권력자가 대중을 쉽게 다루기 이해 주입한 사상인데 스스로 열심히 따르고 있었다.

아무튼 대학교, 회사생활 7~8년을 하면서 친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을 최근 멀리하고 성찰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중 과연 내가 진짜로 좋아했던 사람이 있기는 한가? 내가 관계에서 을을 자처하기도 하고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과 억지로 인연을 이어간 것들을 떠올리며 혼자 열받기도 하지만 결국 내 문제임을 깨닫게 된다. 늘 가면을 쓰고 사람을 대했던 나.

인간한테 매력을 못느끼겠는 내 성격을 받아들이고 나니 마음이 참 편해졌다. 오히려 신볍잡기를 서로 묻고 신경쓰느라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는 '정말 사람들은 다 이기적이고 지밖에 몰라' 라고 인간혐오에 가까운 마음도 생겼었다. 하지만 나도 그렇고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서로 너무 큰 기대를 하기 때문에 실망도 생기도 다툼도 빚어지는 것 같은데 결국 그런 존재이니 적당한 거리를 두고 상호 존중하는 태도만 가져도 충분할 것 같다. (이게 어렵지만)




억지로는 무엇도 하지 않기

나이가 들며 느끼는 건 이게 옳은지 그른지 이전에 자신의 생각, 느낌을 우선시하며 사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사회의 통념을 최대한 버리는 것이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이제는 사람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고 가면도 치우고 정말 리얼한 민낯으로 살것이다. 그러다 의무나 책임때문이 아닌 순수하게 끌리는 사람과 친해질 수도 있겠지만 없으면 아무하고도 안친해도 된다. 억지로는 무엇도 하지 않는거다. 사람한테 관심이 안가면 그냥 혼자 지내도 된다. 


ps. ISTP님들 중 남의 일에 관심없는 사람들이 많은걸로 안다 ㅋㅋ 그래서 처음에 그걸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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