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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인생따위 엿이나 먹어라

[ H ] 2018. 10. 1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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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따위 엿이나 먹어라

- 마루야마 겐지


처음부터 끝까지 팩폭으로 이루어진, 한편으로 시원한 인생에 대한 생각들. 늘 내 머릿속에 맴돌던 생각들이 글로 써져 책으로 나와있는 느낌이라 기분이 묘했다. 나도 꽤나 시니컬한 생각을 즐겨 하는데 차마 입밖에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작가는 그냥 대놓고 그런 내용들을 엮어 책으로 낸것을 보면 어쨌거나 참 소신있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나 대신 시원하게 쓴소리를 해주는 사람을 볼 때의 카타르시스, 사이다를 병째 드링킹하는 기분이 드는 책. 


1장. 부모를 버려라, 그래야 어른이다

이 기회에 부모가 있기에 나도 있다는, 너무도 감정적이고 국가 권력이 두 손 들고 반가워할 도덕적인 규범에서도 벗어나기로 하자. 그것은 개인의 자유라는 최대의 존엄성에 크나큰 손상을 입히고, 악랄하고 뻔뻔한 사회와 전통, 국가, 종교, 학교에 의해 세뇌된 생각일 뿐이다. 


부모들의 무심함에는 기가 찰 따름이다. 관찰력도 사고력도 없는, 거의 동물에 가까운 생물이 인간의 꼴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이 판단력이라는 것을 약간이라도 갖고 있다면, 이런 잔혹한 세상에 자식을 내보내는 무자비한 짓을 저질렀겠는가.


맨몸으로, 백지 상태에서 처음부터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없는 자는 설령 부모 못지않은 공적과 업적을 남겼다 해도, 또 세상이 그를 제아무리 칭찬한다 해도, 마음 한편에는 일생을 절반밖에 살지 못했다는 돌이킬 수 없는 후회가 눌러붙게 될 것이다. 


가장 악질적인 경우는 자식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부모. 자신의 노후를 책임지게 하고 보살핌을 받고 싶어 자식을 낳는 부모. 그런 부모는 애당초 부모라 할 수 없다. 자신을 위해 자식을 희생시키는 부모는 남보다 훨씬 못한, 악마나 다름없다. 


부모 수족의 일부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우쳤을 때 이미 자신의 인생은 완전히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져 끝나 있다.

부모의 사랑에 거짓이 없다고 믿는 것은 부모 자신뿐이다. 

부모란 울고 매달리는데 명수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모는 자식을 집에 묶어 두기 위해서라면 어떤 말이든 하고 그 어떤 수치스러운 짓도 태연하게 한다. 

집을 떠난다는 것은  제2의 탄생을 뜻한다. 


과격한 단어의 나열로 정신이 번쩍 드는 부모에 대한 견해들, 그만큼 자립을 강조하고 있다. '자립'하지 못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많기에. 그만큼 자립이 삶의 기본적인 조건이라는 생각에는 백번 동의한다. 


직장인은 노예다

일은 크게 어딘가에 소속되어 근무를 하는 것과 자영업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주 이유는 대개 전자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좋은 위치, 즉 높은 연봉에 안정적이고 남에게도 좋아 보이는 직업을 얻기 위함이다. 그러기 위해 배운 것에 불과하니, 충분히 학문을 익히지 않았다 한들 큰 문제는 없다. 고용주가, 단순히 사회적인 값어치를 매기는데 목적이 있는 학력을 그렇게나 중시하는 까닭은오로지 순종할 인물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세상의 가치관에 어디까지 순종적일 수 있는지, 그 어처구니없는 입시 전쟁에 얼마나 투신한 인간인지를 판단하고 싶기 때문이다. 


남에게 고용되는 처지를 선택하는 것은 자유의 9할을 스스로 방기하는 일이다. 인생 전부를 남의 손에 빼앗기는 것이다. 




3장. 국가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인간은 왜 영웅과 지배자와 강자를 원하는가. 인간은 모두 지배받고 싶어 하는 약자이기 때문이다. 한시도 안심할 수 없는 이 세상을 자신의 판단과 결단과 실천으로 살아가기 괴로워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그 고통을 누군가 대신 없애 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정해진 운명이라는 인식밖에 없고, 절망적인 체념밖에 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늘어 국가는 크게 안도하고 있다. 절대 반란을 일으키지 않는 모범적인 노예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4장.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나

나라를 통치하는 자들은 국민이 국가의 정체를 단박에 꿰뚫어 볼 만큼 현명하기를 원치 않는다. 그것이 본심이다. 

그들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어리석음과 노동의 정신에 반하지 않을 만큼의 현명함을 지닌 어중간한 국민을 이상적으로 여긴다.


텔레비전도 한몫하고 있다. 국민을 언제까지나 어리석음에 묶어 두기 위해, 예능이다 쇼다 하는 얼뜨기 프로그램을 줄줄이 방송하면서 사고력을 빼앗는다. 당장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머리가 좋다는 것은 홀로 살아가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자립에 반하는 삶의 방식은 곧 명석함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자립이란 인간이 약한 존재라는 것을 충분히 곱씹은 후 강한 인간을 지향하면서 과감하게 분투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 


이 나라에서는 옛날부터 남편과 자식을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는 여자를 현모양처라며 극구 칭찬해왔다. 그러나 이런 비뚤어진 미학이야말로 남자와 자식을 못나게 만들고, 나아가서는 여자 자신을 또 궁극적으로는 이 나라 사람 전체를 못나게 만든 원흉이다. 


계속해서 자립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자에 현모양처를 요구하는 문화는 우리나 마찬가지인 일본인데 결국 각자의 삶을 살지 않고 누가 누구를 돌보고 의존하는 것은 서로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쓰고 또 써도 다 쓸 수 없는 뇌를, 게다가 쓸수록 예리해진다는 뇌를 그냥 내버려 두다니. 인간만이 갖고 있는 그 훌륭한 능력을 거의 손도 대지 않은 채 생을 마감하다니 그야말로 어리석음의 극치다. 


촌철살인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책. 

계속 날아오는 돌직구들이 신선해서 자꾸 웃음이 나는 책.

남들이 하는 말에 이리 저리 휘둘리며 살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정신차릴 용도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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