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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벗어나지 않는 이유 (feat. 자유로부터의 도피)

[ H ] 2017. 7. 28.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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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 전에 퇴사를 고민하며 썼던 글이다. 최근 '퇴사' 키워드가 참 핫하다는 것을 느낀다. 직장인이라면 늘 퇴사를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최근 스타트업, 프리랜서 등의 기회와 블로그나 유투브 등으로 돈을 버는 새로운 경로가 늘어나기에 더 그런 것 같다. 지금도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면 다시금 끔찍함을 느낀다. 이래서 차를 사는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아침 8시 버스정류장에 이 많은 사람들, 버스는 이미 꽉 찬 상태로 도착하고 만원도 아닌 백만 원쯤 되는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길. 다행히 여의도에서 많이 내려서 자리에 앉아서 눈을 붙인다. 왜 모든 회사는 9 to 6인지 하루 8시간 근무밖에는 안 되는 건가? 주 3일 근무하고 돈 덜 받는 경우는 왜 거의 없을까? 분야도 다양하고 스타트업도 많은데 이 많은 회사들이 주 5일 근무에 9-6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출근시간. 멀리서 보면, 같은 시간에 네모난 박스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나와 작은 네모 박스에 실려 다른 네모 박스로 옮겨지는 모양이겠다.

오늘도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충동을 몇 번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다가도 그만둔다고 생각하면 불안감이 엄습하고 낙하산 없이 바로 바닥으로추락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버린다. 출근하기 싫다, 그만두고 싶다 이 너무나 뻔한 직장인들의 넋두리. 하지만 대부분은 그만두지 않고 다시 현실에 적응하고 충동을 누른 채 오늘도 살아간다.

나를 제약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생각만 해도 즐거울 것 같지만 어릴때부터 정답을 공부하고 정답이 아닐것 같으면 말하지 않았던 우리는 '미지'의 자유보다 '익숙'한 구속을 택한다. 적어도 한치앞을 알 수 없는 불안은 느껴지지 않으니까. 참 적게 느껴졌던 월급도 회사를 나가 홀로 선다고 생각하면 그래도 어디 가서 이정도 돈을 버나 하는 생각에 잠시 소중하게 느껴진다. 분명히 자유로운 시간 선택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도 선택하지 않는다고정적인 수입, 일시적인 안정감을 포기하는 것은 무섭기에.


자유로부터의 도피 - 에리히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라는 책이 생각났다. 10년 전 대학교때 리포트를 쓰기 위해 봤던 그 책. 제목에 자유가 들어가서 왠지 끌렸지만 내용은 생각처럼 말랑 말랑 하지 않고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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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부터의 도피'는 자유를 감당하지 못하고 도피해버리는 사람들의 복종에 대한 갈망과 권력에의 동경을 탐구한다. 책의 서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수백만의 독일 사람들이 그들 선조들이 자유를 위하여 싸운 것과 같은 열성으로 자유를 포기하였으며, 자유를 찾는 대신 그로부터 도피하는 길을 찾았다."

이처럼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싸워온 사람들이 막상 자유와 독립을 맛보게 되자 불안에 싸인 무력한 존재가 되는 모순에 관해서 에리히 프롬은 심리학적 분석을 시도한다. 에리히 프롬은 자유를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로 구분하는데 '~으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와 '~를 향한 자유(freedom to ~)'가 그 두 가지이다. 억압적 권위 조직으로부터의 벗어남을 의미하는 소극적 자유는 자유의 신장과 개성이라는 선물과 더불어 고독과 불안이라는 짐도 인간에게 함께 부여한다.



소극적 자유는 불안과 고독
을 가져오고 다시 권위있는 조직속에 편입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과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나 역시 프리랜서와 회사 생활을 오고 갔던 것이 그런 이유였고 저 먼 독일에서도 일어난 것 처럼 인간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심리인 것 같다. 선례가 없던 일을 하는 것, 남들과 다르게 사는 것, 고정적인 월급이 없는 일이라는 것 들은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임은 분명하다. 하란대로 공부하고 회사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어디로 가란 말인가. 무턱대고 회사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 하라고 할 수 없는 이유이다.


그런데, 미지의세계가그렇게위험할까?

처음 유럽 여행을 갈 때 가기 전의 걱정과 두려움, 설렘이 뒤섞인 감정이 생각났다. 막상 도착해서 보니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구나 라는 생각에 여행이라는 것에 푹 빠졌었다. 낯섦이 주는 적당한 긴장과 설렘이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동력이었고 삶의 생기를 북돋는 것 같다. 반면 익숙함과 안정에 취해 있다보면 쉽게 피로해지고 무기력한 기분을 종종 느끼게 된다. 뭐하나 시작하는 일이 너무 힘들고 누가 시키지 않으면 굳이 하지 않는 습성이 들어버린다. 회사에 발을 하나 걸쳐놓은 지금, 작은 시도들을 많이 해보자. 긴장감을 즐기게 되고 총알이 장전이 되면 언제든 뛰쳐나갈 수 있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길은 사실 가라앉고 있는 곳인지도 모른다
. 오히려 빠져 나와야 할 길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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