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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검사의 맹점

[ H ] 2019. 6. 3.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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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뭐가 진짜 나일까?

그걸 테스트로 알 수 있을까?

나라는 인간을 어떤 특정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까?

 

내 기억속에 나는 굉장히 다양하다.

5살쯤부터 현재까지 수 많은 상황에 직면하며 다양한 행동방식을 보여왔다.

5살 때 나, 초등학교때 나, 중학교때 나, 고등학교 때 나, 대학교때 나, 회사에서 나, 

혼자있을 때 나, 가족들과 있을 때 나, 연애를 할 때의 나, 친구 A랑 있을 때 나, 친구 B랑 있을 때 나, 

화났을 때 나, 기분이 좋을 때의 나, 슬플때의 나, 편한 상황일 때의 나, 불편한 상황에서의 나.

비슷한 듯 보여도 모두 조금씩 다르다.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는데?"

그래서 심리검사를 할 때마다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는데 어떻게 체크해야하지?를 고민했고 결과도 매번 조금씩 달랐다. 

다양한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 특정 행동을 취하며 성격이라는 것이 형성되는데 그 상황이 바뀌면 성격도 조금씩 바뀌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MBTI, 에니어그램, WPI에 사주까지 다양한 심리검사를 하고 또 공부할수록 원래 내가 어떤지 모르겠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심리 검사는 현재 내 상태를 체크하는 정도지 그게 내 정체성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게 좋지도 않은 것 같고. 왜냐하면 오히려 나 자신에 대한 한계가 그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성격 검사 결과로 어떤 유형이 나오면 마음은 편하지만 낙인찍히는 느낌, 난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나? 라는 절망감을 느끼기도 하니까.

어쩌면 MBTI같은 유형검사는 사람을 통제하는 사람 입장에서나 편하라고 만든게 아닐까? 싶다. 

그저 인간은 다 제각각이고 다르다 라는 것만 안다면 족하다. 

 

원래 성격이란건 없는지도 모른다.

마치 빚기 전의 지점토 덩어리처럼 혹은 물처럼 특정 형태가 없이 태어났다가

내가 처하게 되는 환경에 따라 이런 모양, 저런 모양으로 변화해가는 게 성격이라는 생각이다. 

동그란 그릇에 담기면 동그랗게 보이고 네모난 그릇에 담으면 네모낳게 보일 뿐,

그게 원래 모습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 처럼. 

 

최근 불교의 '공' 이나 노자의 '도' 사상을 접하며 이런 생각에 더 힘이 실리게 되었다. 

원래 그런 것은 없고 이름조차 자기 정체성이 아니라 그저 그렇게 불리울 뿐, 나라고 할 것이 없다라는 말이

일면 수수께끼같은 말들이 조금씩 이해되며 나라는 고정된 성격, 유형에 얽매이지 않기로 했다. 

내 안에 다양한 모습이 있다면

그건 전부 나이기도 하고 전부 내가 아니기도 하다. 

 

뇌는 생각을 만들어내는 기계다. 성능은 뛰어나지만 작동을 멈추기는 무척 어렵다. ‘나는 어떠어떠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에 집착하면 할수록, 그와 관련된 생각이 더 많이 들고 그 생각에 점점 더 속박되어 버린다. 진정으로 원하는 자기 모습, 앞으로 되고자 하는 자기가 아니라 ‘개념화된 자기(conceptualized self)’에 집착하면 심리적 고통이 따라온다.
‘나는 ∼한 사람이다’와 같은 간단한 말로 자기 자신에 대한 속성을 규정하게 되는 것. 이렇게 언어로 규정된 자신이 마치 자기의 전체인양 착각하고 그 모습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집착하게 되면, 심리적 괴로움에 빠져들게 된다.

관찰자 연습을 해보면 도움이 된다. 그저 조용히 자신의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과 느낌을 그대로 관찰해보는 거다. 스크린에 투사된 영상을 보는 것처럼 자기 생각을 관찰한다. 아니면 생각을 기차라고 여기고, 다리 위에서 지나가는 기차를 보는 것처럼 생각을 ‘보는’ 것이다. 왜 생겼고, 무엇이 문제인지 따지고 들고 캐물으려 하지 말고, 그냥 자기 생각을 관찰하는 거다. 생각을 관찰하고 있는 자기의 한 부분을 ‘관찰자 자기(observing self)’라고 부른다. 개념화된 자기가 아니라 관찰자 자기의 힘이 커질수록 덜 집착하게 되고, 심리적으로도 여유로워질 수 있다.

“우리는 삶의 과정에서 진실한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발견하게 돼. 그리고 발견할수록 자기 자신을 상실해가는 거야.”


김병수 |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 부교수

 

전에 어디서 보고 저장해두었던 글의 일부를 발췌했다. 

인터넷에서 '김병수' '자기 자신에 대해 너무 깊게 파고들지 마라'라고 검색하면 전문을 볼 수 있다. 

나는 누구인지에 대해서 너무 깊이 파고들면 오히려 우울하고 불안해진다고 한다. 

특히 글 중에 '관찰자연습'이라고 나와있는 부분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내가 마음수련에서 했던 것이 바로 저것이었다. 

자기 자신의 일들을 남의 일처럼 영상보듯이 보는 것, 저게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묻고 따지고 분석하며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자신의 결점을 보게 만들고

우울과 불안을 야기시킨다고 하는 내용이 공감간다. 

 

그리고 왜 내 MBTI유형과 에니어그램을 볼수록 더 우울해졌는지 이해가 간다. 

그래도 블로그에 설명은 지우지는 않겠지만 가볍게 참고용으로만 보시길~

 

매사 심각하게 원인을 분석하고 디테일하게 따지고 살았는데

그저 관망하듯이 가볍게 여기는 것이 훨씬 좋다는 것을 알 것 같다. 

 

길 가에 핀 풀 한포기가 그저 그렇게 존재하듯이

자신에 대해 남에 대해 너무 자세히 파고들며 분석하며 머리굴리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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