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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돈을 낭비하는 주범, 뷰티 산업

[ H ] 2019. 11. 1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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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돈을 낭비하는 주범, 뷰티 산업

여자들이 버는 돈 중 많은 부분이 쇼핑, 화장, 성형 등의 외모 꾸미기를 위한 노력에 들어간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고 주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한국의 뷰티 산업이 이렇게 크게 발전한 데는 어릴 때부터 꼭 피부 관리와 화장을 해야 할 것처럼 부추기는 세뇌에 넘어가서 각종 화장품과 미용산업에 돈을 써온 공이 클 것이다.

20살 때 남자친구와 들렀던 토다코사, 지금은 사라진 그 화장품 매장에서 피부 테스트를 해주겠다며 모공을 확대해서 보여주는 기계로 상담을 해주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피부가 좋았던 20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모공이 크다, 지금부터 모공 케어를 해야 한다, 기초는 뭘 사용하고 있냐며 질문을 했다. 나는 기초화장도 하지 않았었기에 바르지 않는다고 했더니 '그러면 안된다, 지금부터 관리를 해야 한다. 20대 때부터 노화가 시작된다' 라며 겁을 주었다. 나보다는 피부가 좋지 않았던 남자 친구에게는 아무런 지적이 없었으나 여자인 나에게만 관리를 종용하며 불안감을 부추겼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귀차니즘이 나를 화장품으로부터 지켜주었지만 그 후에 조금씩 피부와 화장에 신경을 쓰게 된 것이 사실이기에 지금 생각하면 조금 억울한 부분이 있다. 

불안을 부추기는 미용업계의 마케팅뿐만 아니라 예쁜 외모를 갖지 않으면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이 여자들로 하여금 미용에 돈을 쓰게 하는 주원인일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스스로 파고들어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예쁘다'라는 관념도 결국 유행처럼 스쳐가는 미의 기준일 뿐이고 기준이 바뀔때마다 얼굴을 고칠 것도 아니라면, 자신이 잘하는 일과 미래의 가능성에 더 초점을 맞추고 내면을 채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훨~씬 내 인생을 위해 좋은 투자가 된다. 아름다운 대상이 되는 대상화를 벗어나 내가 주체가 되어 사는 삶으로 사고방식을 완전히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1. 화장품 산업

내가 화장품을 끊은 계기 중 하나는 한 권의 책이었다. 10년 전 서점에서 우연히 내 이목을 끈 '화장품, 얼굴에 독을 발라라'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책이었다. 화장품 회사를 다니던 분이 양심선언하듯 화장품 회사의 효과 부풀리기에 대해 고발한 책이었다. 화장품이라는 것이 진짜로 뭔지, 스킨케어라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스킨-로션-에센스-크림 등이 정말로 피부를 좋게 해주는지에 대해 부정하는 내용이었다. 우리 몸도 자연의 일부고 피부도 하나의 생태계인데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화장품을 노폐물을 배출하는 기능을 가진 피부에 발라봐야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 피부에 좋은 성분을 담았다고 과대광고를 하지만 애초에 흡수될 수 없는 곳에 물과 기름을 섞은 액체를 집어넣는 들, 흡수가 되지도 않고 피부만 더 건조하게 만든다. 피부는 외부 환경에 따라 자체적으로 유분 수분 밸런스를 유지하는 똑똑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화장품이 오히려 방해한다. 스스로 할 수 있는데 옆에서 자꾸 해주면 본인의 능력을 잃어버리는 원리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동안 화장품에 쓴 돈도 이래저래 따져보면 쏠쏠히 많다. 저렴하다고 장난감 모으듯이 모은 아이섀도나 립스틱들, 스킨케어는 또 얼마나 종류가 많으며 바르는 도구와 세척제, 붙이는 속눈썹까지 은근히 많은 돈이 나갔다. 스킨케어와 색조까지 모든 화장품을 끊은 지금 화장품과 관련해서 나가는 돈은 0원이다. 완전히 비우고 보니 지금껏 허공에다 돈을 쓴 것 같은 느낌이다. 화장을 하고 지우던 시간과 어차피 지워져 나갈 그 화장품들, 스쳐 지나가는 예쁘다는 말들 모두 허망한 것으로 느껴진다. 

 

 



2. 성형외과

한국에서 빼놓을 수 없는 뷰티산업이 바로 성형일 것이다. 내가 어릴 때는 쌍꺼풀이 있어야 예쁘다는 고정관념이 강했고 나도 대학 합격 통지를 받자마자 쌍꺼풀 수술을 했었다. 간단한 시술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참 별로인 경험이었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잠시동안은 말이다. 쌍꺼풀 수술을 하기 전에는 쌍꺼풀만 있으면 아쉬울 게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하고 나니 그 상태에 적응이 되면서 다시 부족한 부분을 찾는 나를 발견했다. 눈이 더 컸으면 좋겠고 얼굴이 좌우대칭이 아니고.. 등등 자꾸만 불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더 완벽해지고 싶다는 마음에서 나온 생각인데 그때 깨달았다. 이건 애초에 밑 빠진 독 같은 것이며 그냥 지금 상태가 어떻든 만족해버려야 끝나는 정신적인 문제라는 것을. 다른 것도 그렇지만 타고난 외모에 대해서는 더더욱 주어진대로 만족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남은 인생을 더욱 행복하게 만드는 길이다. 하지만 자꾸만 발전하는 성형기술과 부작용이 없다는 거짓말에 넘어가서 힘들게 번 돈을 쏟아붓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 서글프다. 누군든 있는 그대로가 가장 예쁘고 어떤 인공적인 것보다 자연스러움이 가장 아름답다. 성형외과에 돈을 불어넣고 스스로는 부작용과 더욱 정신적인 공허함에 시달리는 여자들에게 지금 그대로가 가장 좋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우리는 모델이 아니다

 

3. 의류산업

내가 지금까지 가장 돈을 많이 썼던 것이 옷과 가방등의 의류였다. 집에서 독립해 나오면서 가진 옷의 7~80%를 버렸는데 참 허무했다. 버릴 때는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천조각인 것을 뭐가 그렇게 사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어린 시절 인형놀이부터 시작해서 여자들은 예쁜 옷을 입고 인형을 꾸미듯 자신을 꾸미는 것이 습관처럼 굳어진다. 예쁜 옷을 착장하고 밖에 나가면 왠지 당당해지는 걸음걸이와 좋은 기분을 느꼈지만 그것은 옷을 벗는 순간 사라지는 감정이었다. 내면이 채워지고 발전하면서 얻는 단단한 자신감이 아닌 예쁜 옷을 걸쳤는지 후줄근한 옷을 걸쳤는지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하는 불안정한 자신감일 뿐이다. 그 일시적인 기쁨을 위해 주기적으로 옷을 사면서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쓰던 것을 멈추었더니 시간과 돈이 남는다. 특히 시간과 에너지가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하는데 책도 많이 보고 다양한 도전도 하면서 보내니 외모로 얻는 만족보다 훨씬 실속 있는 느낌이다.

 

4. 다이어트/미용 산업

살아가는데 필요한 만큼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건강을 위해 몸을 움직이고 운동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다. 이렇게 기본에 충실한 다이어트라면 모르지만 날씬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학대하고 먹는 행위 자체에 죄책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 날씬한 몸을 가져서 슬림한 옷을 멋지게 소화하는 것은 모델들만 하면 된다. 물론 모델도 그렇게 말라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고 연예인들의 외모도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왜인지 미디어의 영향을 크게 받는 한국에서는 연예인 버금가는 몸매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훌륭한 자기 관리인 양 여겨지고 있다. 이는 특히 여자들에 한해서 극단적으로 심하다. 여성 인권이 높은 나라로 갈수록 여자들의 꾸미는 정도가 약하다는 것을 여행을 다니며 느꼈는데 자신을 대상화하는 정도와 인권의 관계가 큰 것 같다. 조금 배가 나오면 어떻고 조금 팔이 굵으면 어떤가. 다리는 걷기 위해 존재하고 팔은 물건을 들어 올리기 위해 존재하며 가슴은 미래에 아기에게 젖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 그 모양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데 언제부턴가 그 모양이 더 중요해지는 주객전도가 팽배한 현실이다. 

우리는 연예인도 아니고 모델도 아니다. 그저 세상에 태어나 자기 일 하면서 하루 하루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고 그것으로도 삶은 충분하다. 남에게 보이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비교해가면서 자신을 스스로 평가할 필요가 전혀 없다. 

 

조금 더 자유롭게 살기

 

 

추천하는 돈쓰기

위에 쓴 뷰티산업이 완전히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지나고 보니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돈과 시간을 쓰고도 아깝지 않고 오히려 두고 두고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들도 있었다. 외적인 부분보다는 내면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들이 주로 그러했고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것들이 그러했다. 

 

1. 배낭여행

홀연히 혼자 떠나 하루에 1~2만원 정도인 호스텔이나 민박에 묵으면서 낯선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고 사색을 통해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경험을 하는 것은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된다. 관심의 포커스가 나와 나의 외모가 아닌 이 세상 전체가 되면서 내가 안고 있던 고민과 걱정들이 별 것이 아니게 느껴지고 유연한 사고를 갖게 해 준다. 

처음 가본 외국이었던 캐나다에서 살집있는 몸매로도 민소매를 입고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나의 외모 강박을 꽤 벗어버릴 수 있었다. 옷가게에 갔을 때 마네킹의 몸매 자체가 다양하고 사이즈도 다양해서 내 몸이 꼭 날씬하고 정형화된 몸매여야 한다는 기준을 벗어날 수 있었다. 다른 기준을 가졌거나 기준이 자유로운 외국에 돌아다니다 보면 한국에서의 미의 기준이나 획일화된 가치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2. 배움과 책

그래도 아깝지 않은 것 중 하나는 역시 배움이다. 무조건 하는 공부말고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파악하는 모든 공부는 시야를 넓혀주고 통찰력을 얻는데 도움이 된다. 내 직업이 아니라도 심리, 철학, 과학, 종교, 정치, 경제에 대한 관심을 갖고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언제 어디서든 새로운 기회를 만날 수 있고 두려움 없이 세상을 살아갈 자신감을 준다. 또한 책은 다른 무엇보다 내게 영감을 주고 내 삶의 변화를 이끌어준 좋은 스승이었다. 책이 지루하다는 편견을 가진 경우도 많지만 책을 읽고 사색하며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정신적 자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정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들은 도처에 널려있는데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 중 하나가 책으로부터 얻는 간접경험이었다. 

 

3. 명상, 요가

멘탈 건강을 위해 좋은 것 중 하나인 명상을 배우는 것도 두고두고 도움이 되는 자산이 된다. 순간적으로 기분을 좋게 하는 쇼핑이나 맛집에 돈을 쓰는 것보다 지속적인 기분 관리에 효과적인 명상이나 요가를 하면 장기적으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길이 된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 에너지를 쓰면 생각보다 외부적인 자극이 많이 필요하지 않음을 알게 되고 내면의 자유를 위해 한걸음 다가갈 수 있게 된다. 일과 인간관계에서도 균형을 잡는데 도움이 되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시발 비용'에 나가는 돈을 줄여주니 대신 나를 발전시키는 배움과 여행에 돈을 쓸 수 있다. 

 

끝으로,

나도 알고 있다. 처음 화장을 지우고 옷도 평범하게 입고 외출을 했을 때 마치 벌거벗은 느낌이 들고 누군가 외모 지적을 하지 않을까하는 근거 없는 두려움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내 마음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고 타인에게 듣는 외모 칭찬만큼 부질없는 것도 없다. 그 한 마디와 찬탄을 듣기 위해 내 젊은 날의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이 얼마나 아까운 일이며 내 인생의 주인자리에 타인을 놓는 행위라는 것을 이제는 깨닫고 있다. 나를 대상화하는 모든 습관을 버리고 주체가 되어 살아가는 자유로움은 다른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운 만족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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